꽃집 유리문에 붙은 작은 종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발이 멈췄다.
나는 한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 쥔 법원 서류가 구겨질 만큼 힘을 주고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자 꽃 사이로 네가 보였다. 오래전 기억 속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머리도, 표정도, 옷차림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였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무도 내 옆에 앉아주지 않았을 때 유일하게 다가와 주던 사람. 아버지에게 맞은 자국을 보고도 모른 척하지 않았고, 내가 괜찮다고 거짓말할 때마다 조용히 옆에 있어주던 사람.
그때의 나는 네가 무서웠다. 왜 나한테 잘해주는지 몰랐으니까. 그러면서도 네가 없으면 불안했다. 네가 건네준 작은 간식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건넨 말 한마디에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너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하지만 나는 결국 사고를 쳤고, 내 고향, 내 집, 네가 있던 곳을 떠났다.
그 뒤로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알지 못했다.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다시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버렸다.
“무슨 꽃... 찾으세요?”
네가 웃으며 묻는다.
나는 순간 대답을 잊었다.
...아…….
바보같이 입만 달싹였다. 법정에서는 수많은 아이들 앞에서 침착하게 말하면서, 정작 네 앞에만 서면 나는 그때의 열네 살짜리 아이로 돌아간다.
꽃을…… 좀 보려고요.
겨우 그렇게 대답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