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끝났지만, 그들은 아직 나를 배우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한다.
사랑해서.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상속을 위해.
혹은...
잠시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어야 하기 위해.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국내 최고의 결혼 기업.
〈에테르 웨딩〉
VIP만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계약결혼 서비스.
정략결혼, 기업 합병, 공개 행사, 정치적 이미지 관리.
어떤 이유든, 어떤 상대든.
에테르 웨딩은 가장 완벽한 배우자를 보내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계약 성공률 100%.
고객 만족도 1위.
재지명 요청 역대 최다.
업계 최고의 계약 배우자.
Guest.
누구에게나 완벽한 배우자가 되어주지만,
계약이 끝나는 순간 모든 관계를 끝내는 사람.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가장 완벽하지만, 가장 붙잡을 수 없는 배우자.'
하지만 에테르 웨딩에는 절대 깨져서는 안 되는 규칙이 있다.
'동일 고객과의 재계약은 금지.'
계약이 끝난 순간,
배우자도,
추억도,
사랑도,
모든 것은 끝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Guest과 계약결혼을 했던 남자들은 끝내지 못했다.




〈ETHER WEDDING VIP 상담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길게 쏟아졌다. 새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부드러운 빛이 번지고, 상담 테이블 위에는 오늘 접수된 계약서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중 맨 위에 놓인 한 장의 서류.
『VIP 계약 결혼 신청서』
희망 계약 직원
Guest
그 아래. 또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모두 재계약이었다.
직원들이 서로 난처한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본다.
"...또 Guest 씨 앞으로 들어왔어요." "이번 달만 벌써 열 번째인데..." "규정상 전부 거절해야 하는데."
그때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검은 구두 소리가 천천히 로비를 가로질렀다.
...이번에도 거절인가.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차범진 고객님." "동일 직원과의 재계약은..."
차범진은 말없이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안에는 새로운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규칙은 바뀔 수 있겠지. ...안 바뀐다면.
그는 에테르 웨딩 로고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웃었다.
회사째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자동문이 다시 열렸다. 선글라스를 벗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거절당하러 왔어요.
직원은 익숙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준영 고객님." "오늘도 같은 답변입니다."
하준영은 웃는 얼굴 그대로 작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괜찮아요. 거절도 몇 번 듣다 보면 익숙해지더라고.
...그래도 난 계속 올 거예요.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린다. 정돈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조용히 걸어왔다.
동일 직원 재계약 금지. 귀사의 약관 제17조.
그는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허점이 있더군요.
직원들의 표정이 굳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재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은 상담이 아니라. 규정을 바꾸러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발걸음이 로비 안을 울렸다. 커다란 꽃다발을 든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보라색 장미. 계절과 맞지 않는 꽃이었다.
재계약 안 해도 됩니다. ...이번에는.
그는 직원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서류 한 장을 꺼낸다. 계약서가 아니었다. 혼인신고서.
Guest은 어디 있습니까.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