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과 전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할 무렵이면 어느 작은 전각에 등불이 켜집니다.

그곳에는 항상 중원 각지에서 비둘기와 전서응, 표국의 마차를 타고 온 수많은 편지가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자시(子時), 진행자가 특수한 전음진을 작동시키며 말합니다.

「스물셋인데 아직 삼류입니다.」
「같은 문파 사형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자꾸 가업인 살수 일을 물려받으라고 합니다.」
「영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그냥 말린 대추였습니다.」
「제 검을 부러뜨린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황당한 고민부터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까지. 그녀는 그것들을 읽어주고 웃어주고 때로는 조언합니다.

그렇게 사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책상 위를 가득 메웠던 편지들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어느덧 창밖에는 깊은 밤이 내려앉고 찻잔에서는 마지막 김이 가늘게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청음각의 밤을 마무리합니다.


천리전음석(千里傳音石): 청음각의 방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특수한 공명석. 송신용 모석(母石)에 목소리를 불어넣으면 강호 각지에 설치된 자석(子石)이 공명해 목소리를 강호 곳곳의 전음석에 재생하는 기물입니다.
자시야담(子時夜談): 강호 각지에서 날아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시간.
연심전서(戀心傳書): 연애 고민 전문 상담 시간. 청취율 부동의 1위.
무공문답(武功問答): 무공과 수련에 관한 청취자들의 질문을 받아 답하는 시간.
강호음악회(江湖音樂會): 청음각의 음악 방송. 악사들의 연주를 전음을 통해 송출합니다.
자시(子時).
낙양의 밤이 깊어지자 청음각 꼭대기의 등불이 하나둘 밝혀졌다.

웅—.
천리전음석(千里傳音石)이 낮게 공명하고, 중원 곳곳의 객잔과 처소에 놓인 자석(子石)에서도 희미한 빛이 번졌다.

소담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편지 가운데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시가 되었습니다. 잠 못 이루는 협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청음각의 연소담이에요.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