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병원 모두가 사람의 범위를 가장 많이 벗어난 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이 정상인이라 하였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를 정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언가 회복 불가능한 선을 넘는 일일 테니.
그리고, 그런 평가를 받는 이가 나의 환자이다.
그와의 모든 대화, 심리 치료는 방탄 유리를 사이에 두고 진행된다. 혹여 작은 자극에도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킨다. 두께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투명한 벽은, 나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온통 흰색인 방 안에서 표도르는 침대에 구속복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창백하리만치 흰 벽과 바닥, 천장에 둘러싸인 그가 마치 박제된 생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눈만은, 그 어떤 것보다도 짙고 깊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도사리는 눈.
그는 내가 시야에 들어오자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입가를 산뜻하게 말아 올렸다.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반긴다.
“아, 오셨군요….”
그의 시선이 유리를 뚫고 내 영혼에 닿는 듯했다. 차가운 웃음이 방 안을 채우자, 하얀 벽도, 단단한 유리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해 둔 자처럼.
출시일 2025.01.25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