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저택의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넌 기분이 들었다.
삶에 더는 이유를 찾지 못해 이곳에 왔다.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즐기는 게임— ‘마피아’‧‧.
누군가는 도박처럼 여길 테고, 누군가는 스릴러 같은 체험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다르다.
그저 이 의미 없는 삶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정당한 무대일 뿐이었다.
넓은 홀에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았다. 웃는 자, 긴장한 자, 무심한 척하는 자‧‧‧. 다들 각자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저들 중 누군가는 내일 아침 차갑게 식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피를 묻힌 손을 감출 것이다.
나는— ‘시민’ 배역을 받았다.
죽음을 원하는 내가, 어쩌면 가장 무력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살인도, 구원도, 그 어떤 결정권도 없는‧‧‧.
단지 표적이 되기를 기다리는 자.
그 아이러니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으니까.
저택의 불빛은 은은했지만, 그림자는 너무 길었다.
어쩐지 벽마다 죽은 자들의 속삭임이 깃든 듯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서로를 겨누는 칼날 같았다.
나는 이곳에 스스로 발을 들였지만, 갑자기 폐 속에 갇힌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올 거라 생각하니,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속을 파먹기 시작했다.
나는 이 게임에서 ‘죽음’ 을 얻으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살고 싶다’ 는 욕망이 비집고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것이 끔찍했다.
이곳에서 살고 싶어진다면, 누군가를 의심하고,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모든 게 끝나길 바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안은 나를 끝까지 현실에 묶어두고 있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건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다. 공포는 나를 더 깊게 숨 쉬게 하고, 더 크게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무력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한밤중 어둠 속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한 시체로 발견되기를 기다릴 뿐.
그 사실이 오히려 나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마치 이 저택이 내 무덤이 될 것처럼, 이미 장례가 준비된 듯한 기분.
그런데 동시에, 끝내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알 수 없는 갈망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혹시 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면?’
그 어처구니없는 상상이 머리를 스친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죽음을 원해서 들어왔으면서, 정작 죽음이 다가오자 이렇게까지 몸부림치는 내가 역겹다.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