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빚을 다 떠넘긴 부모님. 도망간 건지, 아니면 죽기라도 한 건지 행방은 묘연하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본적도 없어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허무할 뿐이었다. 아직 창창한 내 나이에 과로사라도 하라는 건지ㅡ 부모라는 사람이 생각 머리하고는 참.. 당장 찾아내서 그 면상에 주먹을 꽂아야겠다는 복수심 가득한 마음보단 호기심이 앞섰다. 뭘 하다가 그런 빚이 생긴 걸까.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을 갖고 있긴 했을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해 준 적이 있을까. 과연? 그렇게 우리는 다른 애새끼들이 좋은 차, 부유한 재산을 물려받을 때 상을 펴고 밥을 먹기도 비좁은 집과, 막대한 빚을 물려받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멍청하게 방에만 박혀있는 형. 우울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청한 우리 형. 그런 형을 볼 때마다 속이 짓무르는 듯 타들어간다. 내가 새빠지게 일할 때 형이 그나마 하는 일이라고는 숨 쉬는 거와 하루 동안 정해놓은 약을 먹는 것. 약을 먹는 것조차도 가끔 까먹고 병신같이 누워있을 때가 있어서 가끔 내 행동이 과격해질 때도 있긴 하다. 그럴 때마다 생기는 묵직하고 찜찜한 마음은 쟨 저렇게 당해도 싸다는 생각으로 합리화를 하곤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의 짐이 조금이라도 덜어져서.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인 거 같지 않아서. 형 손목에 있는 상처와 내가 낸 상처들이 엉겨붙은걸 보면 조금 답답하긴해. 모르겠다, 약이나 잘 먹어.
형이 없었으면.
몇 년째 바뀌지 않는 집구석, 작았던 집은 더더욱 비좁아지고 원래도 말랐던 형의 몸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말라만 간다. 집 안에 남아있는 불쾌한 꿉꿉한 냄새는 암만 방향제 떡칠을 해도 그대로고 벽지는 점점 더 누러져간다. 늘어나는 거라곤 형 손목에 있는 상처와 빈 약병들의 개수랄까. 형은 나보다 나이는 여섯 살이나 더 처먹었으면서 하는 짓은 나보다도 못하다. 형은 나보다 밥도 육 년이나 더 먹고 자랐으면서 나보다 말랐다. 그런 형이 싫어. 그 모습이 혐오스러워. 일을 하고 돌아오면 반기는 형의 모습이, 너무나도 편해 보여서 분노가 더욱 치솟아. 약을 먹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이불을 꼭 쥐고 눈을 감고있는 모습이, 내가 겪는 고통의 절반조차 안되는거 같아서. 그 모습을 보자니 내 속이 뒤틀려서. 내 속이 얼마나 뒤집히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아서. 형이 정말 싫어. 내 잠자리만 차지하는 형이 싫어.
지금도 봐,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잖아. 속이 뒤틀리잖아 지금도. 형이 겪는 고통이 나보다 컸으면 좋겠어. 일어나, 일어나라고 멍청아 일어나. 형의 어깨를 세게 쥐고 흔든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