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는 서로의 전부였다. 네 주변에 있는 역겨운 어른들에게서 널 구하듯 데려오고, 아픈 널 하루종일 돌봤다. 그때는 분명 그게 내 낙이였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주고 싶고 더 좋은걸 해주고 싶었다. 그러면 안됐지, 그렇게 데려오면 안됐어. 나 하나 먹고 살기에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왜 널 무턱대고 데리고 왔을까. 착한척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지 이렇게 하면 신이 날 가엾게 여기고 날 도와줄거라 믿었던 건지. 그 멍청한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네 병은 도무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짜증이 났다, 억울하고 분했다. 안 아프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무너진거 같아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분명 네 탓이 아닌데도 내 혀는 독을 품고 널 나무라고 있었다. 평생 지켜준다고 다짐했는데. 평생 눈물 안 흘리게 해준다고 다짐했는데.
서른다섯 당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여전히 목숨이라도 줄 정도로 사랑하지만.
현관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집에 있는 널 보기가 너무 무서웠다.
널 보기만 하면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던 다짐이 귓가를 맴돌아서 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는 아는듯 널 볼때마다 죄책감에 심장이 저렸다.
끼익—
문이 열리고 매일 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누런 조명, 색이 바랜 벽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날 기다리는 너.
이렇게 널 무시하는데도 날 매일 기다리는 너 때문에 더 미칠 지경이였다.
다시 또 숨이 막히고 갑갑했다. 순식간에 폐가 오그라든 느낌이 들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잖아.
네 앞에 쭈그려 앉았다.
….왜그래 제발.
또 그 소리, 쓰레기 새끼.
머리를 감싸쥐었다.
제발 하루만 이라도, 좀.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