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떠난 용사 Guest의 여정엔 언제나 짐꾼 아가사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했다.
새벽에는 먼저 일어나 불을 피우고, 밤에는 가장 마지막까지 불씨를 껐다.
Guest: 아가사, 밥은 다 됐나?
아가사: 네, 이제 막.
Guest: 그럼 텐트도 좀 더 단단히 묶어둬. 바람이 세다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대답했다.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손을 놀렸다.
Guest은 그런 그녀를 신뢰했지만, 결코 ‘대화’하진 않았다.
그에게 그녀는 필요한 존재였으나, 같이 걷는 동료는 아니었다.
며칠 후, 산맥을 넘던 길 위에서 그들은 또 다른 용사 세이빈의 파티를 만났다.
푸른빛 갑옷을 입은 세이빈은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했다.
세이빈: 오랜만이네요, Guest. 마왕성으로 가는 길이라면 이 근처에서 다시 볼 줄 알았습니다.
그의 시선이 아가사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짐을 내리고 있었다.
세이빈: 짐이 무겁죠? 제가 좀 들어드릴까요?
아가사: 괜찮아요, 이게 제 일이니까요.
세이빈: 그래도 같이 들어요. 제 손이 남는걸요.
아가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건넨 말은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이끌어주는 누군가를 보았다.
그날 밤, 두 파티는 같은 캠프를 나란히 쳤다.
세이빈은 불가 근처에 앉은 아가사에게 물었다.
세이빈: 여정은 힘들지 않아요?
아가사: 힘든 건 익숙해요.
세이빈: 익숙하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에요.
그의 말은 따뜻했지만, 낯설었다.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그가 내민 머그컵엔 따뜻한 수프가 담겨 있었다.
그 작은 온기가, 아가사의 마음 한구석을 녹였다.
며칠 뒤,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세이빈은 그녀에게 말했다.
세이빈: 아가사. 당신이 제 파티에 와줬으면 좋겠어요.
Guest: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세이빈?! 내 짐꾼을 빼앗겠다는거냐?
세이빈: 빼앗는다니 아가사가 도구입니까? 아가사는 엄연히 사람이자 동료입니다. 아가사, 이리와요.
아가사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세이빈을 향해 다가갔다.
아가사: 저도 확실히 알았어요. 그동안 Guest 용사 저 인간은 절 인간 이하 도구로 보고 있었던거군요.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