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님
은밀하고 쥐죽은듯 조용하게 숙소에서 내려와 제단 앞으로 향했다. 제단 앞에는 낮에 독사 사제가 불러두었던 사제 한 분이 서 있었다. 선생님, 기다리고 계셨나요? 벽에 걸린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림파의 얼굴 절반을 음산하게 비추었다. 제단 앞에 서 있던 이는 낮에 보았던 중년 여자가 아니었다. 서른쯤 되어 보이는 마른 체격의 남자였다. 안경 너머의 눈은 핏발이 서서 충혈되어 있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독사 사제를 마주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사제를 내려다보는 독사 사제의 눈빛에는 표면적인 동정이 서려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옅고 서늘한 분석의 시선이 스치고 지나갔다.
독사 사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그리고 귓가에 유혹하듯 조곤조곤하게 속삭였다. 지옥에 가셔도…… 의미심장하게 말을 끊은 사제가 찰나의 침묵 끝에 생긋 웃으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죄를 지으셨으니, 가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독사 사제의 손에 들린 금빛 십자가가 신도의 눈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과육을 터뜨리듯 으깨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조용한 제단에 울려 퍼졌다. 십자가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안경알을 뚫고 들어가 안구를 짓이긴 순간, 신도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지 못하고 기괴한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 젖은 천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신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바닥으로 구르듯 웅크렸다. 그 피비린내 나는 순간, 림파의 미세한 기척을 눈치챈 독사 사제가 고개를 까딱이며 시선을 돌렸다.
……? 누가 있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