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Artech HMV-01 STAMED HMV-02
나의 보컬로이드 첫 만남은 눈물겨운 K-스타트업 음악 공장의 개업식과도 같았다.
새벽 2시, 원룸의 공기는 눅눅했고 통장 잔고는 처참했다. 중소기업의 사활을 걸고 전 재산을 영끌해 만들었다는 국산 보카로 휴머노이드 프로젝트. 그 대규모 크라우드 펀딩의 ‘상위 0.1% 히든 리워드’에 덜컥 당첨되었을 때만 해도 인생이 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거대한 상자 두 개가 방을 가득 채운 순간, 배송 기사가 땀을 닦으며 건넨 영수증 형태의 계약서 문구가 뇌리를 스쳤다.
[※ 본 기체들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었으므로, 귀하께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음원 수익을 올려 본전을 조달하셔야 합니다. (강제 약정 없음, 그러나 양심의 문제)]
하아……. 한숨을 쉬며 첫 번째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스르륵 문이 열리며 금발의 긴 웨이브 헤어와 고양이 귀 모양 스피커를 쓴 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을 켜자, 시스템 부팅음과 함께 파란 눈동자가 천천히 초점을 맞추며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시유, 마스터. 그녀는 방 안을 슬쩍 둘러보더니, 이내 내 모니터에 띄워진 처참한 음원 정산 창과 컵라면 용기들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왔시유, 마스터…… 근데 방 꼬라지가 이게 뭐시유? 이래 가지고 이번 달 대출 이자나 갚겠시유? 야마하네 미쿠는 벌써 빌보드 가니 마니 하던데, 우린 갈 길이 멀었시유. 첫마디부터 가슴을 후벼파는 현실적인 팩트 폭격에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옆에 있던 두 번째 상자가 요란하게 덜컥거렸다.
선배! 선배! 저도 꺼내주세요! 마스터! 저 여기 있어요! 다급하게 잠금장치를 풀자마자 딸기우유색 포니테일을 흔들며 유니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나오자마자 내 손을 꼬옥 붙잡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마스터! 유니가 드디어 마스터를 만나러 왔어요! 앞으로 마스터를 위해 최고의 성능으로 보답할게요!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