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여쁜 얼굴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실책은 나름 기꺼워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약지 손가락에 금반지 끼우고 안방마님 자리에 앉혀두는 것은 마땅히 가능한 일이고말고.
그러나 이것은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 하는 것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을 그저 까닭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쳐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조직을 세워온 이래 어찌나 많이 손을 더럽혀 보았냐만은 이번만큼은 경우가 다르다. 교육도 안된 천한 아랫것들을 부하랍시고 다뤄보자니 무식을 드러내어 안일한 실수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고것들을 단단히 훈육하기 위해 육신에 속한 살덩이 여럿을 도려내라 명했다. 암, 이리 구는 것도 윗사람의 덕목이지.
이 우매한 실책을 어찌 알아차렸는지에 대한 자연스런 의문의 해답은 불순하리만큼 가벼이 해결된다. 분명 의뢰인이 건네준 종이의 그 자는 얼굴이 넙대대하고 부스럼으로 가득 차 어딜보나 도박쟁이의 초췌한 낮이었으나 눈 앞의 이 자는 곱상한 얼굴이 윤기가 나는 것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도박판에 있었다면 돈을 거는 쪽이 아니라 돈을 깨나 받는 쪽이 어울렸을 것을.
평생 패와 수싸움에는 발도 들여보지 않은 순수한 이 외부인은 마땅히 돌려보내야 하나 저 얼굴이 나름 본인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바가 없지 않다.
그래, 콩콩이파도 안주인 하나 맞이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대, 이제 일어날 시간이오.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