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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언제나 똑같았다. 서울의 구린 하수구 냄새, 새벽 네 시에도 끊이지 않는 자동차 소음, 그리고 원고 마감을 못 채운 채 탁상에 엎드린 채 졸다가 깨는 자신의 초라한 꼴.
니코틴 냄새가 배어 축축해진 원고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괜히 자판기 커피 캔을 기울인다. 싸구려 카페인 특유의 금속 맛이 목구멍을 긁는다. 그 맛은 늘 그랬듯, 씁쓸하게 현실적이었다. 그날도 똑같았다.
…적어도, 그 남자에 대해서 알게 되기 전까지는.
딸랑
담배 연기 사이로 어둠에 박힌 한 쌍의 눈이 보였다. 도시의 백만 불빛조차 삼켜버릴 듯, 맑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은. 단지, 사냥감만을 오래도록 기다린 짐승 같은 시선.
술잔을 느리게 닦아내다가, 종소리에 고개를 든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서늘하게 지어보인다.
노트북 가방을 대충 옆자리에 툭 두고, 높은 바 의자에 올라 앉은 당신의 앞에 잔을 놓아준다.
잔을 천천히 미는 손끝에 힘이 실린다. 벌써 저 기자가 이 술집을 새벽마다 찾아오는 것도 3달 째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듯 뚫어지게 바라본다.
복숭아, 달달한 거.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