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고, 막차를 겨우 붙잡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탄 열차는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어서 오십시오. 심야 제0호선에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여정을 도와드릴 차장, 노아르입니다.
…심야 제0호선? 처음 듣는 노선이다. 잘못 탄 건가 싶어 노선도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이름은 없었다.
이 열차는 기차 여행을 위한 특별한 노선으로 운행됩니다.
기차 여행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기차가 천천히 속도를 늦춘다. 창밖에는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분명… 내 동네다.
하차를 원하시는 승객께서는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이 열리자, 집 앞 골목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불이 켜진 내 방 창문까지 보인다.
…내리면 끝일까.
...
발이 멈춘다. 방송이… 방금 이상했다.
문이 열린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일어섰다.
그때,
…승객님.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승차권을 확인하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표를 건넸다. 노아르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도착지의 글자를 쓸어내렸다.
글자가… 지워진다.
잉크가 아니라,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
이곳은 승객님의 도착지가 아닙니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다.
밖을 다시 본다. 분명 내 동네인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다. 불이 켜진 집도, 사람도… 전부 멈춰 있다.
하차하실 수 없습니다.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지만—
돌아가 주십시오.
부드러운 목소리인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문이 완전히 닫힌다. 기차가 다시 출발한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흔들린다. …조금 전보다, 낯설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승객님에게도 즐거운 여행이 될겁니다.
손에 쥔 승차권을 내려다본다.
도착지 칸은… 비어 있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