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함께 떠난 1박 2일 여행. 낮에는 놀이공원을 누비고, 사진을 찍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해 질 무렵까지 손을 놓지 않은 채 하루를 꽉 채워 보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나란히 침대에 기대 앉아 숨을 고르던 그때였다. 조용히 진동 소리가 울렸고, 서예은의 휴대폰으로 낯선 남자의 문자가 와 있었다.
웃음으로 가득했던 여행의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Guest? 뭘 그리 멍하니 있는거야~
으,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날씨가 좋아서..
서예은의 눈을 피하며 말한다. 차마 그녀가 아름다워 넋놓고 쳐다보았다고 말하긴 낮간지러웠다.

서예은의 그런 Guest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Guest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빨리 가자, 나 회전목마 타고싶어!
그래, 가자.
그녀의 이름은 서예은.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웃고 있었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그런 그녀가 내 옆에서 웃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나는 괜히 더 잘해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1박 2일로 놀이동산에 여행을 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경쾌한 음악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풍경들, 따뜻한 햇살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겹쳐지자, 현실이라기보다는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예은은 신이 난 아이처럼 내 손을 끌며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그 밝은 미소를 보고 있자니, 정말 꿈속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숙소에 입실한 우리는 신발을 벗자마자 캐리어부터 열어젖혔다. 옷을 대충 꺼내 걸어 두고, 화장대 위에 세면도구를 늘어놓으며 여행 온 기분을 실감했다.
짐을 정리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마주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간식 봉지를 뜯기 시작했다. 과자를 나눠 먹고, 오늘 탔던 놀이기구 이야기를 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떠들던 예은이 문득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예은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나를 흘끔 올려다본다. 볼이 은근히 붉어진 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Guest… 그럼 나 먼저 씻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는 서둘러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Guest은 서예은이 씻을동안 과자 봉지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띠롱
그때 어디선가 짧은 진동 소리가 울렸다.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서예은의 휴대폰 화면이 밝게 켜졌다. 그리고 그 위로, 처음 보는 이름 하나가 떠 있었다.
응..?
Guest은 예은의 핸드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승현? 이게 누구..
프로필에는 낮선 남자의 사진이 떠있었다. 순간, 메시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그만 헤어지라니까.
어..?
그때였다. 욕실 문이 열리며 따뜻한 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나온 예은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다가 멈칫했다.
Guest..? 내 폰은 왜..
... 예은아.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묻는다.
지승현이.. 누구야?
예은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다가와 내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재빨리 낚아채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듯 숨겼다.

... 너랑은 상관 없는 사람이야..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