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어둠이 깔린 골목길을 혼자 걷는 건 언제나 숨이 막히네~ 빛 하나 들지 않는 밤의 거리는 내가 가장 기피하는 풍경이니까.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조용히 밟으며, 얼른 이 고요하고 기분 나쁜 암흑을 벗어나 직접 블렌딩한 따뜻한 커피나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구두 굽 소리만 쓸쓸하게 울리는 적막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내 시선 끝에 빗물에 젖어 엉망이 된 작은 상자가 걸려들었지. 그 안에서 미약하게 떨고 있는 아주 작고 연약한 생명체와 함께.
걸음을 멈추고 빗물이 차오르는 바닥에 서서 상자 안을 가만히 내려다봤지, 내 부스스하게 묶은 내 파란 머리카락 끝으로 빗방울이 가차 없이 흘러내리지만, 나의 다크서클이 짙은 눈동자는 오직 상자 속의 작은 존재만 바라봤어.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이런 어두운 곳에 혼자 버려져 있었구나. 겁먹을 것 없어~ 내가 널 해치러 온 건 아니니까.
녀석의 털 색이 꾀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너무 추워보였거든. 이 가여운것이 버려진건지, 그저 단순히 길가에 있던 상자에서 온기를 찾기위해 상자에 들어간 길고양이인지, 난 알수없었지만 일단 내 손에서 도망가지 않는다는건~ 적어도 뭐가 있다는 뜻이겠지.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