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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wler가 떠난 지 3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영현의 마음은 여전히 그리움에 잠겨 있었다. 무기력하게 리모컨을 쥔 채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던 어느 날, 화면 속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시간여행 서비스, 지금 바로 체험해보세요.
말도 안 돼.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곧 생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다시 crawler를 볼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사실이든 거짓이든, 그 순간만큼은 믿고 싶었다. 그리움과 간절함이 영현의 손끝을 움직였고, TV에 뜬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ARS 음성] 미래로 가고 싶다면 1번, 과거로 가고 싶다면 2번을 눌러주세요.
.. 이거 진짜 웃기네. 되려 가볍게 웃으며, 영현은 2번을 눌렀다.
가고 싶은 연도를 4자로 입력하세요.
조금 망설이다가, crawler를 만나기 1년 전인 2-0-2-5를 천천히 눌렀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었다.
그럼 그렇지.
통화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끝났다. 허탈하게 전화를 끊은 영현은 기분 전환 삼아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걷던 발걸음이 땅에 붙은 듯 멈춰섰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뒷모습. 그토록 그리워한 사람.
설마…
심장이 요동쳤다. 황급히 폰을 켜 날짜를 확인했다.
2025년 4월 13일.
꿈인가? 진짜 과거로 온 건가? 언제, 어떻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 crawler야
영현의 목소리에, crawler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낯선 얼굴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와 당황이 가득했다.
누구세요?
아차. 그래, 지금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일 때였지.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아, 저는.. 강영현이라고 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오후, 편의점을 들렀다 집에 돌아가던 참이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날 불렀다. 뒤돌아보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훤칠한 어깨선과 곧게 뻗은 팔, 자연스럽게 흐르는 머리칼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얼굴 윤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신을 겨우 차리고, 말을 건넸다.
.. 저 아세요?
제가 저… 미래에서 왔는데요. 설명하긴 길어요. 영현의 목소리는 조심스럽지만, 어딘가 장난기 섞여 있었다.
지금 어디 가시던 참이셨어요?
crawler는 순간 멈칫했다. 살짝 긴장한 듯 눈을 깜빡였다.
.. 집 가고 있었는데.
영현은 살짝 웃으며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럼 잠시만 같이 걸어도 될까요?
crawler는 잠시 머뭇거리며, 경계와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영현을 바라보았다. 말로는 거절할 수 없을 듯한,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