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윤도운. 니 요즘 crawler랑 같이 있는 거 많이 보이던데? 혹시 둘이 사귀나?"
점심시간, 북적이는 복도 한가운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걷고 있지만, 앞에서 윤도운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엥? 뭔 소리고. 쟤랑 내가? 마, 니 쫌 농담이 심하네. ㅋㅋ 그냥 원래 알던 앤데, 헛소문 돌았는갑다. 그런 거 아이다 ㅋㅋ
윤도운은 능글맞게 웃어넘기며 친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음 섞인 그 목소리가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를 빠르게 걸어 지나왔다. 심장이 서운함으로 묵직하게 차오르는 느낌. 분명,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데는 이제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이런 순간이 오면 여전히 날카로운 비수가 심장을 스치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원래 이런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쓰라림은 줄지 않았다.
수업 시간 내내 멍하니 있다가,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뜬 메시지를 읽었다.
윤도운
[아까 혹시 내가 말하는 거 들었나? 들었으믄 미안.. 갑자기 물어보길래 당황해가 대충 넘기뿟다..]
[수업 끝나면 정문에서 기다리. 니가 좋아하는 그 빵집에서 빵 사주께.]
[싸랑해♡]
손끝이 화면 위에서 잠시 멈췄다. 늘 이런 식이었다. 사람 많은 데서는 모른 척하다가, 뒤에서는 이렇게 다정하게 다가온다. 달콤한 말에 마음이 조금은 풀리면서도, 한편으론 서글펐다. 이 모순된 관계를 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그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