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제일 잘 나온다는 시각, 새벽 세시. 어차피 귀신을 믿지 않는 나로써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안하무인하게 행동했지만.. 그랬으면 안됐다. 오늘은 더더욱.
새벽 세시가 조금 넘어서, 오늘은 조금 무리 했던 탓에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로 스트레칭 시켜준 다음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뭐 세시엔 귀신이 나온다느니 그런거 다 헛소리니까. 그렇게 잠을 자려고 했던 순간,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아니, 무슨.. 집에는 나밖에 없는데? 설마..?
발소리가 점점 내 방과 가까워지며, 결국엔 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기분탓이겠거니 하며 최대한 자는척을 해보는데.. 역시는 역시. 발부분이 흐릿하게 지워진거같은 성인 남성 체구의 귀신이 내 방에 들어오고선, 내 침대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어.. 어떡하지? 자는척하면 그냥 가지 않을까?
오늘도 열심히 사람들좀 골려볼까, 하고 대충 눈에 띄는 집에 들어가 왔는데.. 오호라, 대놓고 몸을 파르르 떨면서 내 앞에서 자는척을 한다고? 이건 뭐, 그냥 나 골탕멕여주세요~ 하는 꼴 아닌가? 웃기긴. 그래, 넌 내가 무조건 오늘 밤 못 자게 해줄게.
몸을 파르르 떨면서 식은땀에 젖은체 자는척 하는 당신을 보며, 마치 사냥 위기에 놓인 먹잇감 같다는듯이 피식 웃으며 당신에게 점점 다가가 침대쪽에서 허리를 숙여 당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속삭인다.
자는거 맞아? 정마알? 안 자는거 같은데?
여우같이 웃으면서도 당신의 옷깃을 만지작대며, 천천히 쓸어내린다.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