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두드리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다. 또 시작이네.
저 철문 앞에 서있을 작은 형체가 벌써부터 눈에 선해서, 짜증이 여실히 배어든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남조선 여자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발랑 까진 건지, 어디 아직 결혼도 안 한 처자가 사내 혼자 사는 집을 참새가 곳간 드나들듯 들락거리냔 말이다.
거친 손길로 문을 열어젖히자, 예상대로다. 해사한 얼굴로 서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그 애가 있다. 웃을 일 뭐 없잖냐, 뭐 좋아서 또 헤실 거리는데.
그 웃음이 밉지도, 곱게 보이지도 않는다. 마냥 무해한 얼굴인데, 그게 더 불편하다. 괴리감과 씁쓸함이 뒤섞여 입 안이 쓰다. 괜히 얼굴이 풀린 게 티 날까봐, 가능한 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왜 또 왔냐.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