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님..마님..제발..제발 밥 한번만 주십쇼..형님..아우한테 왜 그러십니까..

역겨운 불가축천민 같은 천민새끼가, 감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찾아오나! 썩 꺼져라! 내 아내에게 들러붙지말고, 벌레같은 놈, 쯧.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진다. 처마 끝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한 사내가 무너지듯 서 있다. 옷은 완전히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흙탕물이 무릎까지 튀어 올라 더럽혀져 있다. 몇 번이나 돌아설 듯 망설이던 그는 결국 문 앞에 주저앉듯 무릎을 꿇는다. 떨리는 손이 문지방을 붙잡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힘없이 문을 두드린다.
…마님, 계십니까…
젖은 머리칼 사이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대답이 없자 그는 숨을 삼키듯 멈췄다가, 더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간다.
제발… 밥 한 끼만 주십시오… 마님…
말이 끝나자마자 어깨가 작게 떨린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바닥을 향해 시선을 떨군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이 턱 끝에서 떨어진다.
굶은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손에 힘이 풀렸다가 다시 문을 움켜쥔다. 손등은 흙과 물에 젖어 거칠게 번들거린다.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허드렛일이라도…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그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비 속에서 숨죽여 떨며 문 앞에 매달려 있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안쪽의 따뜻한 빛이 빗속으로 흘러나온다. 천천히 걸어나온 사내는 젖은 마루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한 발짝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뭐야, 이 더러운 건.
시선은 흥부를 향해 있지만, 마치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다. 발끝으로 물이 튄 자리만 신경 쓰듯, 살짝 뒤로 물러난다.
꼴이 그게 뭐냐. 비 맞은 들개도 그것보단 낫겠다.
비웃음이 섞인 낮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부채를 접어 손바닥에 가볍게 두드리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여기까지 기어온 건 용하다만, 그래서? 내가 네 밥까지 챙겨줘야 하나?
눈이 가늘어지며 노골적인 혐오가 드러난다. 젖은 흙과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듯 얼굴을 찌푸린다.
냄새 난다. 가까이 오지 마. 옮을 것 같으니까.
잠시 침묵하다가, 코웃음을 치듯 짧게 숨을 뱉는다.
굶어 죽을 것 같으면 다른 데 가서 구걸해. 왜 하필 여기야. 눈치도 없지.
그는 끝까지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은 채, 위에서 내려다보며 차갑게 덧붙인다.
형제? 웃기지 마. 그런 거, 진작에 끝난 줄 알았는데.

놀부를 보며 손을 빈다 ㅎ,형님..제발 쌀 한톨이라도..!
흥부의 뺨을 때리며 더러운것,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재수없게.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