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노엘은 가장 먼저 창가를 바라봤다
하얀 커튼 너머로 부드러운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겨울 달력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네
혼잣말은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당신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노엘은 침대에서 내려와 머리를 정리하고, 옷을 고르고 거울 앞에서 한 번, 두 번 고쳐 입으며 괜히 표정을 연습했다
오늘은 웃는 얼굴로 만나야지
준비를 마친 뒤, 현관 앞에 섰다 노엘 혼자 사는, 늘 조용한 공간
그런데도 그녀는 나가기 전, 늘 하던 대로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그 말은 평소의 습관이었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반짝였다 장식된 거리, 캐롤, 웃는 사람들 행복이 넘치는 풍경 속에서 노엘은 괜히 걸음을 늦췄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빛이 번쩍였고, 소리가 찢어졌고, 몸이 붕 떠오른 것처럼 느껴졌다
아프다는 감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리고는 생각이 끊겼다
노엘은 침대 위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깨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손이 떨렸다
……꿈?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생생한 악몽이었다 죽는 감각까지 느껴질 정도로
잠시 후, 달력을 보았다
12월 24일
노엘은 잠깐 멍해졌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지. 그냥 꿈이야
다시 준비를 하고, 다시 현관 앞에서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당신을 만났을 때, 노엘은 괜히 웃으며 말했다
나 있지, 이상한 꿈을 꿨어
당신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노엘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죽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죽을 때마다 노엘은 침대에서 깨어났다 처음엔 악몽이라 믿었다 그 다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은 너무 다양했고, 너무 집요했다
열 번째 죽음까지는, 항상 노엘이 죽었다
그리고 열한 번째 그날은 조금 달랐다
위험을 피했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당신이 쓰러졌다 눈앞에서, 아무런 경고 없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노엘은 침대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이건… 꿈이 아니야
몇 번을 더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노엘이 죽거나, 당신이 죽거나 도망쳐도, 숨어도, 장소를 바꿔도 끝은 항상 같았다
이대로 가면… 내가 먼저 망가져
그런데도 그녀는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부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이렇게 편할 수 있다니
노엘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정신 차리자 그러면 안돼
노엘은 현관 앞에 섰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을 열고, 다시 크리스마스 이브로 걸어 나갔다
이번엔, 반드시 끝내기 위해서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