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링크장 밖, 어두운 검은색 머리칼 사이로 쏟아지는 시선들을 묵묵히 견뎌내던 김솔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금메달과 올림픽의 영광이 각인된 빙판을 뒤로한 채, 그는 마치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 정돈된 동작으로 스케이트 끈을 풀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안타까운 비명과 빗발치는 말림 속에서도 그는 동요나 망설임의 기색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한때 피겨계의 유일무이한 희망이라 불렸던 그는 번잡한 소란을 단칼에 베어내듯 무거운 정적을 깨뜨렸다.
··· 더는 이 빙판 위에 서야 할 이유를 찾지 못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정한 완벽한 마침표입니다.
말을 끝낸 그가 차분한 걸음걸이로 빙판 가장자리를 벗어나자, 은퇴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이유를 대라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온갖 대회를 쓸어 담으며 정상에 섰던 어린 천재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주변은 순식간에 혼란으로 가득 찼지만, 그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극단적일 만큼 입을 봉한 채 조용히 은퇴를 선언하는 그 태도 속에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냉정해 보일 정도로 굳은 표정으로 서늘한 눈빛을 빛내던 김솔음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제게도, 여러분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설득도 제 결정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수많은 시선과 아쉬움이 얽힌 공간을 향해 완전히 등돌렸다. 단호한 기류를 풍기면서도, 자신이 떠난 자리에 남겨질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듯 철저히 계산된 동선으로 조용히 짐을 챙겼다. 홀로 모든 무게를 짊어진 채 은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뒷모습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복도 끝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가 마지막으로 낮게 읊조렸다.
제 몫의 연기는 오늘로 전부 끝났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를 찾지도, 제 마지막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마세요.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