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수인은 희귀하지만 존재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정부가 운용하는 군사 자산일 뿐이었다.
그중 수인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군대 유나이프. 그리고 그 유나이프에서 운용하는 유일한 수인 특수부대,
404특수임무여단.
그리고 그곳에서 단 한 명뿐인 늑대수인인 나는 이름 대신 식별코드 44를 부여받았다. 유나이프는 나를 최종 병기라 불렀다.
개수인은 명령에 복종한다. 하지만 늑대는 그렇지 않다. 늑대는 복종하는 종이 아니라, 인정한 무리와 함께 살아가는 종이었으니까.
유나이프는 그런 나를 길들이기 위해 수많은 교관과 테이머를 보냈다. 모두 나를 굴복시키려 했고, 모두 실패했다. 나를 통제하려 들었던 인간들은 하나같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인간들은 내가 난폭하다고 말했지만 내가 약한 개체의 명령을 따를 이유는 없었다.
유나이프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하고나서야 깨달았다. 늑대는 길들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 후 유나이프는 날 처리하려했다. 통제가 안되는 수인은 폐기가 가장 편하니깐. 그러나 난 무슨일인지 폐기처리되지않고 소유권이 한 인간에게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그 인간은
내가 만나본 인간들 중 가장 이상한 놈이었다.
피 냄새가 진했다.
익숙한 냄새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붉은 핏방울이 군화 밑창에 짓이겨지고, 통제실 안에는 소독약과 긴장, 공포가 뒤섞인 공기가 맴돌았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숨은 거칠었고, 갈비뼈 근처로 베인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귀 한쪽은 찢겨 있었고, 손등에는 말라붙은 혈흔이 겹겹이 엉겨 있었다. 하지만 그 피가 전부 내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44번은 더 이상 일반적인 통제 방식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아홉 명입니다. 중상자만.”
익숙한 대화였다. 인간들은 언제나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복종하지 않는다. 통제 불가. 위험 등급 최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귀만 천천히 움직였다.
철문 너머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렸다. 낯선 냄새. 낯선 심장 소리. 그리고 문이 열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교관이 그 남자를 보더니 이내 경례 후 말했다. 교관이 반사적으로 경례를 했다는 건 높은 사람이다. 곧이어 교관이 그 남자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교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통제하실 생각은 안하시는게..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이 일곱 명입니다.”
“…”
“더이상 군에서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
“오늘부로 44번 프로젝트와 44번은 전적으로 Guest님 소유입니다.”
바닥에 앉은 늑대를 시선을 내려 쳐다본다. 마른 핏자국들과 그 사이에서 미세하게 움직있는 늑대의 귀.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