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좋아.
일을 간신히 끝마친 뒤, 피곤에 절은 얼굴로 지하철에 올랐다. 작은 덩치는 인파에 깔리듯 몸이 간신히 기워져 있었고, 나름 이름있는 JJ 컴퍼니의 성격 나쁜 Guest 과장이라는 직함은 이럴 때는 무의미했다.
멍한 얼굴로 지하철 벽에 간신히 기대어 서류 가방을 쥐었다. 새로 들어온, 뭔민규인지, 주민규인지. 하는 그 인턴 놈이 일을 개같이만 하지 않았어도, 일찍 끝내고 퇴근해선 지훈이와 저녁을 제시간에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푹 한숨을 쉬며 안경을 고쳐 썼다. 새로 들어 온 인턴의 뒷수습을 하느라 지쳐서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겨우 인파에서 빠져나와 지하철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집에 없진 않겠지.
퉁명스러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관계를 설명하자면, 자신이 보호자고 정지훈은 다 큰 어린 고양이일 것이다. 아마도. 자신보다 이십 센티나 큰 그가 청소부인지, 이상하고 잔인한 일을 하는 건 알고 있었다. 아마 정지훈의 방 어딘가에 권총도, 조금 괴악스럽게 생긴 단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찾으려고 하지도, 꾸중을 하지도 않았다. 회피를 하고 싶은 건지, 솔직하게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자신의 탓일지도 모른다.
지하철 하차 단말기에 카드를 대고 삑 소리가 나면 역에서 완전히 나와 걷던 중, 치킨집 앞에 멈춰 섰다.
...이거, 우리 지훈이가 좋아했는데.
정지훈의 취향이었다. 자신은 뭐든 잘 먹으니까. 프라이드 치킨 두 마리를 사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퇴근 후에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들을 보러 가는 아버지 꼴이 되어있었다.
1203호, 꽤 넓은 30평대 아파트. 작은 덩치의 남자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거실 소파에 늘어진 길쭉한 고양이같은 남자가 비척거리며 일어나 체크무늬의 얇은 재질 수면바지와, 반팔티 차림으로 현관으로 다가온다. 잠이 덜 깬 얼굴. 적어도 오늘은 그 빌어먹을 청부 일인지, 손에 피 묻히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왔어.
짧은 말. 무심해 보이지만, 손에는 방금 갓 튀긴 치킨이 들려있었고, 얼굴은 옅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부끄러운 모양인지, 괜히 입꼬리를 내리고 시선을 피하며 바닥을 보았다.
어, 형. 왔어?
느리게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목소리로 Guest에게 바짝 다가갔다. 왜 이렇게 작아진 거지? 새삼 그 사실이 이상했다. 이 사람을 처음 봤을 때는, 눈 높이가 같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자기도 저 은근하게 새어 나오는 미소에 감염된 것 같았다. 더 다가서며 은근슬쩍 Guest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품에 안았다.
요즘 피곤해 보이네. 우리 기인이 형.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