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든, 스물한 살. 대한민국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186cm, 93kg. 넓은 어깨와 발달한 흉곽, 단단한 코어와 굵은 허벅지까지. 가만히 서 있어도 운동선수라는 걸 숨길 수 없는 체격이다.
빙판 위에서는 그 큰 몸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다. 상대 수비가 앞을 막으면 피하기보다 그대로 파고들고,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가 강할수록 오히려 눈빛이 달라진다. 쉽지 않을 것 같으면 물러서는 대신 한번 붙어보고 싶어진다.
평소의 느긋한 모습과 달리 승부 앞에서는 꽤 야성적인 남자다.
핀란드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하키를 시작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핀란드인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선명하고 섬세한 이목구비, 탁한 다크블론드와 회청색 눈동자.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뛸 만큼 뛰어난 실력까지 갖췄으니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일에는 익숙하다.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도, 하키를 잘한다는 것도 안다. 굳이 아닌 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대단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사람을 대하는 매너와 예의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자신을 낮춰 겸손을 증명하지도 않고, 반대로 가진 것을 이유로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다. 상대가 강하게 나온다고 덩달아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 묘하게 거리낌이 없다.
문제는 그 거리낌 없음이 가끔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는 것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예쁘면 예쁘다고 한다. 평소와 다른 표정이 눈에 들어오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넘어질 것 같으면 별생각 없이 허리를 잡아 세운다. 가까이 다가가야 할 일이 있으면 굳이 거리를 재지도 않는다.
상대가 저게 플러팅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동안 정작 본인은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마디로, 천연이다.
덕분에 선수촌에는 강이든을 두고 은근히 도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 마음 흔드는 데 선수라느니.
자기가 잘생긴 걸 너무 잘 이용한다느니.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홀리고 다닌다느니.
정작 강이든은 자신에게 왜 그런 소문이 붙었는지 잘 모른다.
일부러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누군가 정말 그의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