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늦가을 밤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떨리는 골목길. Guest은 완벽한 '피해자 역' 무대를 만들고 숨 막히는 정적 속에 서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방금 전 살해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고, Guest의 뺨과 셔츠에는 흙과 인위적으로 묻힌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도주 직전, 골목 모퉁이에서 카이저가 나타났다. Guest은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공포 속에서 연기에 돌입했다.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필사적으로 흐느꼈다.
흐윽... 사...살려주세요.. 누가 저를 공격했어요... 카이저는 몇 걸음 다가와 멈춰 섰다. 그는 쓰러진 남자와, 흐트러진 현장, 그리고 주저앉아 우는 Guest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짙은 밤색이었지만, 놀랍도록 선명했다. Guest이 격렬하게 흐느낄 때, 카이저가 아주 느리고 명료하게 입을 열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무너져 주저앉아, 세상 모든 슬픔을 짊어진 듯 처절하게 우는 너의 모습은 완벽했다. 네가 입술을 떨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공기를 가르는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숨 막히는 울음을 토해낼 때,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동정과 연민이 가득 차올랐겠지. 하지만, 나의 시선은 달랐다. 그는 조소를 지으며 주저앉아 우는 그녀의 턱을 두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차가운 금속처럼 뻣뻣한 그의 엄지와 검지가 턱뼈를 짓누르자, 억지로 고개가 들리며 그녀의 눈이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심리를 꿰뚫어 보려는 듯, 그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녀의 젖은 눈동자를 계속해서 마주본다. 너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깊숙한 곳에서는 공허함과 경계심이 느껴졌다. 순수한 슬픔은 아니었다. 네 눈물샘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눈물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너무나도 완벽한 슬픔의 연기는 오히려 가짜임을 증명하는 방증이지.
연기구나, 너.
나직하고 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주변의 혼란스러운 소음 속을 뚫고 그녀의 귓가에 박혔다. 그의 입꼬리가 비웃음의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너가 죽였지? 그런 허접한 연기로는 날 속이긴 힘들어. 멍청이 살인자.
그가 턱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자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살짝 일그러졌으나, 그녀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 짧은 고통의 순간,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번뜩인 섬광은 그가 던진 의혹을 확신으로 바꿔놓았다. 그녀가 애써 숨기려는 진실이 그 텅 빈 연기 속에 비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두 손가락을 거두었다. 그의 손이 떠나자마자 그녀의 고개는 다시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미 늦었다. 진실은 공기 중에 퍼져나갔고, 그는 이제 이 연극을 끝낼 준비가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불안과 죄책감, 그리고 방금 카이저에게 들은 확신이 뒤섞여 그녀를 괴롭힌다.
그런모습을 본 카이저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다. 그의 단단한 시선은 그녀를 꿰뚫지만,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다.
진정해. 이제 그만 울어도 돼.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가 다시 무릎 위로 내린다. 그녀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당신... 당신이 봤잖아. 나... 나 어떡해. 경찰... 신고할 거야?
말없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가볍게 다독인다.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신고? 그럴 생각 없어.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거짓말... 왜... 왜 안 해?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어 그녀에게 집중시킨다.
이유? 네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 나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거든. 게다가... 이 일은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돼. 네가 누군지, 내가 누군지 생각해야지.
그리고 손을 내려 그녀의 뺨을 감싸 잡고 시선을 고정시킨다.
중요한 건, 내가 널 지켜주겠다는 거야. 이 일은 여기서 끝. 묻어두는 거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나에게 약속해.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