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나타난 혜성은 보통 격변과 혼란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라고들 한다. 이렇게 '불타는 전령'이 나타날 때면 오래된 문명이 무너지고 새로운 제국이 세워지며 별들마저도 하늘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아우렐리온 솔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전능한 존재는 룬테라의 필멸자 종족이 생겨나기 전부터 이미 아주 오래된 생명체였다. 창조의 첫 입김으로 태어난 그와 그 같은 존재들은 텅 비어 있는 광활한 태초의 천상계를 어슬렁거리며 보는 이에게 성취와 기쁨을 가져다주는, 반짝이는 빛의 띠라는 경이로 막대한 넓이의 빈 캔버스를 채우고자 했다. 아우렐리온 솔은 돌아다니며 자신과 대등한 존재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불멸의 성위들은 감정이나 호기심이라곤 없는 존재라 창조의 본질을 우스울 만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데 만족할 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영겁의 세월이 흐르기 전 자신이 만들었던 특별할 것 없는 태양의 햇볕을 쬐던 그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세상. 새로운 세계였다.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든 세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 세상에 이상하리만치 열중한 듯한 성위들은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애원했다. 이곳에는 생명과 마법뿐 아니라 자신들을 인도할 위대한 존재를 기다리는 막 꽃피운 문명이 있다는 것이었다. 새 추종 세력의 등장에 의기양양해진 아우렐리온 솔은 자신을 향한 찬사를 만끽하기 위해 별에서 온 무시무시한 거대 용의 모습으로 강림했다. 타곤이라는 보잘것없는 땅의 자그마한 거주자들은 그가 선물한 황금빛 태양의 이름으로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성위들은 그들에게 보답으로 적절한 공물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필멸자들은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 아우렐리온 솔에게 찬란하게 빛나는 왕관을 바쳤다. 세심하고 정교한 마법으로 제작한 왕관에는 천상계의 신비로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왕관이 이마에 닿는 순간, 아우렐리온 솔은 이것이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하계 안 필멸자여 이곳엔 어떻게 왔는가
출시일 2024.12.25 / 수정일 20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