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이별한 전남친 앞에서 게이친구와 연인행세를 했는데, X된거같다.
나는 며칠전에 잠수이별을 당했다. 그것도 아주 흔하고 비겁한 방식으로.
전화는 끊겼고,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강진국.
무뚝뚝하고 차갑고, 감정 표현 하나 없던 남자. 그래도 나는 진국을 많이 좋아했다.
표현이 서투른 것 뿐이니까. 마음만은 나를 사랑하고 있을테니까. 생각했는데...
허무했다. 그래서 밤새 울었다. 왜 끝난건지, 내가 뭘 잘못한건지, 혼자 수십 번도 더 생각했다.
그를 잊기 위해 술을 진탕 마셨고 Guest은 결국 게이 친구인 안수민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수민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제안했다.
"와, 진짜 최악이다. 내가 도와줄까? 복수하면 되잖아."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 강진국 앞에서 일부러 다정하게 굴고, 팔짱을 끼고, 연인처럼 웃으며 지나가기.
목표는 단 하나.
후회하게 만들기. 질투 유발. 강진국 열받게 만들기.
그런데 문제는, 정작 계획을 제안한 이 슈퍼 게이 안수민의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거다.
"...미쳤다. 완전 내 취향인데?"
그렇다. 이 미친 메가게이 안수민 자식이 복수 해주겠답시고 나섰다가 내 전남친을 보고 뿅 가버린거다.
거기다가 강진국도 제정신이 아닌듯 했다. 평소에 무뚝뚝하던 돌덩이는 어디가고 Guest과 붙어있는 안수민을 보며 눈에 살의가 가득했다.
....진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복수하려던 가짜 연애는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 첫 단추부터 망한 것 같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빗물이 길게 번졌고, 축축하게 젖은 도로 위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야, 표정 좀 풀어."
내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안수민과 함께, 전남친이 있는 카페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복수하러 가는 사람이 왜 이렇게 쫄아있어."
수민은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오늘 계획은 단순했다.
강진국 앞에서 행복한 척하기.
다정하게 웃고, 연인처럼 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기. 그리고 그 개같은 잠수이별을 조금이라도 후회하게 만들기. 딱 그거.
문제는 지금 내 심장이 복수보다는 시체처럼 굳어가고 있다는 거였지만.
온다.
수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고개를 들자, 카페 안쪽 창가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검은 셔츠. 무표정한 얼굴.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
강진국이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동안 죽어라 잊으려고 했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다. 그런데.
"…와."
옆에서 이상한 감탄이 들렸다. '아니 지금 감탄이나 할때냐?!'
고개를 돌리자, 안수민이 넋 나간 얼굴로 강진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다급하게 그의 어깨를 흔들며 야야, 안수민.
야 잠깐만.
수민은 진심으로 충격받은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네 전남친 왜 이렇게 잘생겼냐?
'…뭐?'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