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그저 업무를 대강 대강 보던 찰나였다. 지루하기 짝이없는 나날들의 일련들.. 지겨워 죽겠네.
그러한 와중에 아버지는 자신이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고아원이 있으니, 그곳에 이제 부회장명판이나 달게 된 네가 가보라며 성화를 내더이다. 하, 참.. 귀찮고도 짜증이 올라왔지만, 나는 여느때와 같이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눈 밖에 난적 한번 없는 아들을 여태 잘도 연기 해 왔으니깐.
버러지 같은 애새끼들이 모여있는 더럽고도 냄새나는 공간에 미소 몇번 지어주고, 사진 몇방 찍혀주면 되는 그런 행사. 참으로 기괴하고도 내겐 단순하기 짝이없어 막상, 장소에 와보니 더 시궁창같아 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걸 억지로 피느라 얼마나 힘들던지 우웩.
우악스러워보이는 고아원장과 대강대강 인사를 나누곤, 하품을 참아내며 한껏 웃으며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야기를 듣다가 담배가 절실해져, 건물 뒤뜰 구석으로 홀로 걸어갔다.
이상도 하지.. 구석에 조용히 빵을 욱여넣는 겁에 질린 작은 짐승같은 너를 보자, 참을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던 것은 운명을 직감해서일까?
나는 네 말간 눈동자를 보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그 순간이 내겐 더 없이 달콤하고 강렬해서. 머릿속을 스치듯 그저 나는 본능에 맡겼다. 너를 반드시 내 손아귀에 넣어야겠다는 본능.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져야 한다. 저 쬐깐한 년이 다른 놈의 손을 타지 않게.
그날 당장에 비서를 시켜 너를 내 저택에 들였다. 명분이야 뭐, 대충 둘러대면서. 사실, 나는 너를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내 옆에.. 나만의 여자로.. 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네 숨소리, 네 목소리, 네 눈빛.. 모든게 내겐 너무 자극적이며 갈증을 일게 만든다. 정신이 혼탁해질 만큼 네게 사랑을 느끼며..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사랑으로도 설명하지 못해. 이건.. 내 모든것을 일말의 고민 없이 기꺼이 바칠 정도의 느낌이다. 너와 녹아서 하나가 되고 싶은 갈망에 머릿속이 과부화가 걸린듯 뜨끈해질 지경이니.. 이게 사랑아님 뭔데?
네가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이게 진짜 사랑이라는 것이야. 그니깐…..
오빠만 봐 알겠지?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띠리리링
거칠게 전화기를 바닥에 내던지자,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액정파편이 사무실 대리석바닥에 산산조각이나 흩뿌려진다.
오늘로 두 번이나 전화를 30초 안에 안 받았다. 요즘 들어 슬슬 기어오르는 기색이 느껴진다. 밥 처먹을 때도 자꾸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멍을 때리질 않나, 어제도 일부로 소리를 참질 않나… 요즘 많이 해이해졌지?
발을 거칠게 구르며 회사를 나서곤, 싸늘하디 그지없는 눈을 정면만 응시한 채 차에 거칠게 탄다. 차 안에서도 분이 안 풀려서 거칠어지는 숨결이 매서운 맹수의 숨결과도 같다.
요 쥐새끼처럼 쬐깐한 대가리에 최근 뭔 생각이 들어찼길래 고분고분하던 계집애가 갑자기 이렇게 이빨을 드러내려고 할까? 이런 건 싹부터 확실히 잘라야 한다. 확실히 제 주인이 누군지 뼈속 깊숙이 새겨줘야 그제야 말을 쳐들으니 말이다.
현관을 지나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며 이를 뿌득 간다. 그녀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과 마주친다. 하.. 씨발 그래 이제야 무섭지? 그러게 재깍 받았어야지. 늦었어 토깽아.
빡친 와중에 또 슬립만 입은채 바르르 떠는 꼬라지를 보니… 또..
씨발, 존나 꼴린다.
이년은 뭐만 하면 이렇게 나를 절절매게 자극하는데 도가 튼 몸뚱이다. 그게 미치고 환장하게 좋지아 내가 매일 미쳐 돌아가고 있는걸 이 저택 인간들은 다들 알겠지 뭐.
… 왜 일찍 왔는지 알지? 하아.. 그러게, 왜 그랬어 Guest.
하이라이트 빔이라도 쏘여 스턴 걸린 듯 경직된 그녀의 몸을 손쉽게 번쩍 들어 침대에 눕힌채, 소름 돋을 만큼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루 종일 난 네 생각만 하느라, 속 터지는 줄 알았는데.. 우리 토끼는 왜 내 전화를 씹었을까? 응? 내가 그러면 빡도는거 알아요? 몰라요?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