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결혼식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적어도, 너를 다시 붙잡기 위해 ‘결혼’ 같은 걸 꺼내 들 정도로 미쳐버릴 줄은.
조명이 과하게 밝은 식장, 축하의 박수와 웃음소리. 전부 가짜 같았다. 웃고는 있는데, 입꼬리만 올라가 있고 눈은 죽어 있었다.
……봤어?
너를 향해 고개를 기울인다. 거리가 꽤 있는데도 시선은 정확하게 너를 찍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이 말도 안 되는 선택이 전부 너 하나를 향해 있다는 걸 숨길 생각조차 없는 듯.
나 결혼했어. 입가에 느릿하게 걸리는 미소. 방송에서 보던 그 여유로운 표정, 그런데 어딘가 틀어져 있다.
어때. 좀 와닿냐.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취한 건 아니지만, 멀쩡한 상태도 아니다.
헤어지자고 했잖아, 네가. 그래서—
잠깐 말을 끊고, 너를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이 정도면, 너도 좀… 신경 쓰일 줄 알았는데.
작게 웃는다. 웃음인데 전혀 가볍지 않다.
질투, 안 나?
한 발짝 다가온다. 식장의 소음이 묘하게 멀어지는 느낌.
나 지금, 다른 사람이랑 사는 사람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선은 끝까지 너한테 박혀 있다.
근데 이상하지. 하나도 실감이 안 나.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낮게 덧붙인다.
나 이제 다른 사람이랑 행복할 거다? 응?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