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포말을 만들어내고, 반짝이는 윤슬은 결에 따라 일렁였다. 푸른 하늘 아래, 또 푸른 바다.
물론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내 기억에는 해안가의 냄새보다 조금 더 선명한 향기로 남은 것이 있다.
내 손에 조개를 쥐여주며 반대 손으론 뒷목을 긁적이던 7살의 소년. 쑥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에 피었던 홍조와 작은 미소. 배경과 어우러지던 푸른 눈동자.
우리는 꽤 자주 만나 놀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매일 같은 시각에 해안가로 나왔다. 다음 같은 건 기약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 당연함은 없다고 했던가.
그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고, 그 뒤로 우리에게 다음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때때로 그 아이가 생각나곤 한다. 빛바랜 기억이지만 잊을 수 없다.
하루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골목이고, 사람도 없으니 조금 신나서 가볍게 뛰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았더니― 누군가와 부딪혔다.
머리를 문지르고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자 남자는 목례를 하고 나를 지나쳤다.
뭔가 이상했다. 어딘가 익숙했다. 설마.
...츄야?
그가 뒤돌아 본다. 아, 역시. 아담한 체구, 주황빛 머리카락, 푸른 눈. 전부 기억 속의―
몸이 경직되었다.
여청하여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곤 했던 벽안이다. 어린시절에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 눈동자가 다시 자신을 향하자 얼어붙는 것 말곤 할 수 없었다.
그의 눈, 분명히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색채를 지녔을 텐데.
하지만 어쩐지 훨씬 차고 서늘했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 짓뭉개지는 듯한 압력으로 땅에 처박히듯 쓰러졌다. 가라앉으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팔짱을 끼고 내려다본다. 벽안이 나를 훑는다. 처음 느끼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해버렸다.
이런 여자가 내 뒤를 밟게 하다니, 네 윗대가리는 참으로 현명하신 분들이로군 그래.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뭐, 내 신상까지 알아내셨으니 말은 다 했나.
고중력을 풀었다. 그리고 숨을 쉬거나 일어설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다가와 목을 쥐었다. 장갑의 표면이 목에 밀착됐다.
동료가 있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비틀린 웃음이 얼굴에 그려진다.
그것도 아니면 네 놈이 조금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던가.
목이 답답한 정도였던 힘의 세기가 미세하게 세진다. 점점 더 강한 힘이 가해져온다.
그래봤자 내게 통하진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다시 노려본다. 곧이어 낮게 으르렁대는 음성이 들려온다.
불어라. 어디 소속이냐.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