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너와 나.
더럽게 재수 없는 날이다. 아침부터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질 않나, 꼰대들한테 혼나질 않나. 개같은 날이다.
심지어 비 까지 온다. 우산도 안 챙겼는데. 어차피 집이 학교와 가까워서 상관없지만, 몸이 젖는건 제일 싫다.
그렇게 애꿎은 땅만 걷어차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 옆을 보니 너가 있다. 오늘도 예쁘네..
그렇게 멍하니 너만 보는데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친다. 너무 대놓고 쳐다봤나 싶어서 급히 시선을 돌린다. 다시 힐끗힐끗 널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너도 우산이 없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린다. 곤란해 보이는 저 표정이 너무 귀엽다.
그러다 너는 갑자기 뛰어가기 시작한다. 저러면 다 젖을 텐데..?
무언가에 홀린듯 급히 너의 뒤를 졸졸 쫓아간다. 정신없이 달리며 겨우 너를 붙잡는다.
내가 붙잡아 놓고 당황했다. 그렇게 너와 나는 비를 맞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로만 마주보았다. 그제서야 보이는 너의 모습. 비의 젖어 교복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너의 모든 것이 비친다.
다 비치잖아.. 얼굴이 새빨개지며 잠시 어쩔줄 몰라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며 나는 용기를 내어 힘겹게 너에게 말을 건다. ㅇ..야, 괜찮으면 우리 집 갈래.?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