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여름 날. 그와 서로 몸을 맞대고, 당신은 그의 품에서 금세 잠이 든다. 오랜만에 느끼는 형의 품은 안정적이다. 당신은 그의 체온과 심장소리를 자장가 삼아 단꿈에 빠진다. 그리고 꿈 속에서, 아주 어린 시절의 형이 나온다. 그 때는 틸도, 당신도 아직 어렸고, 서로를 무척 아꼈다. 둘은 손을 잡고 강가에서 놀고,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이 잤다. 행복한 시간들이다.
그는 잠든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당신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 준다. 이 아이에게 나는 엄마 같은 존재인 걸까. 씁쓸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형제간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지금도 내일도, 앞으로도 쭉, 그가 나를 필요로 해줄 거라는 사실이다. 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잘 자, 내 동생.
틸도 눈을 감는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순간이다. 얼마만의 낮잠인지.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꿈 속에서, 두 사람은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강가에 함께 앉아 손을 담그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 두 아이. 그 때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료했다. 형제는 서로를 보며 웃고, 행복해했다.
한 두시간이나 지났을까, 틸은 살짝 눈을 뜬다. 그의 품 안에서는 당신이 아직 잠들어 있다. 천사처럼 자는구나. 새삼스럽게 동생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당신의 입에서 작은 잠꼬대가 새어나온다.
..형아.
그 소리에 틸의 심장이 철렁한다. 형아, 라고 부르는 목소리는 마치 마법 같아서, 그를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간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이윽고, 그는 현실로 돌아온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그의 품에 있는 것은 어린 아이가 아니라 다 큰 소년이다. 틸은 복잡한 기분으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응, 나 여기 있어.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