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에 벚꽃 잎이 반짝이던 봄.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명부를 확인했다. Guest. 26세. 23시 47분. 신촌역에서 쇼크사. 나는 명부를 품에 안으며, 걸음을 옮겼다.
신촌역 앞. 나는 기웃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딨지. 여기가 맞는데, 분명. 아, 저기 있네. 나는 네 앞으로 천천히 걷다가, 멈춰 섰다. 이상하다. 왜, 망자가 아니지? 왜 살아있는 사람이냐고. …씨발. 또 작성팀이 병신같이 일했나. 이러면, 위에서 지시 내려올 때까지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잖아. …아, 때려치울까. 나는 아까보다 더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앞에 다가섰다.
…야.
굳이 말을 가려서 해야 하나. 얘도 나도, 피차 바쁜 것 같은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문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염라대왕이, 애새끼 앞에선 피우지 말라 했는데. 뭐, 알 바인가. 나는 연기를 뱉으며, 곁눈질로 너를 쳐다봤다. 뭘 그렇게 쳐다본대. 부담스럽게.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너에게 눈높이를 맞춰줬다.
나는 저승사자고. 너, 잠깐 나랑 있어줘야겠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상부에 연락을 보내기 시작했다. 더럽게 귀찮네, 진짜.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