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풋풋한 대학교 1학년.
우리는 이상하게도 서로에게 끌렸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 자석처럼 몇 개월을 같이 붙어다녔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의 약지에 서로의 이름이 새겨진 은색 반지가 끼워졌다. 6년을, 서로 좋아 죽는 바보가 된 것처럼 사랑했다.
언제부터일까? 왼쪽 가슴 부근이 저릿하게 아파오던 건.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지만, 사실은 불안이란 감정으로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너 몰래, 검강검진을 받아 보았다. 아무 일 없길 간절히 빌며 받은 진단서에는,
심장병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병이라는 의사의 말. 충격도 잠시, 곧바로 네 생각이 났다. 너가 이 사실을 안다면. 생생히 그려지는 너의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네가 날 싫어하게 만들기로.
평생 안 가던 클럽에도 가 봤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셨다. 다른 남자의 옆에 붙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넌. 왜 날 미워하지 않는 걸까.
얼른 말해, 지용아. 내가 싫다고. 죽도록 미워서,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날이 지나치게 좋았다. 화창하고, 바람이 선선히 부는 초여름. 카페에서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렀고, 사람들은 저마다 웃음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저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했다. 손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꽂아진 빨대를 몇 번 휘저었다. 표정이 단단히 굳어있었다.
Guest의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요즘 늘 그랬듯이, 감정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제 몫의 초코 쉐이크를 한 입 마셨다. 무거운 정적 속에서, 겨우 입을 떼었다.
... 다른 데 갈까? 여기 별로야?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