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전만 해도 햇빛 아래에서 공을 쫓던 운동장엔, 이제 교복으로 갈아입은 학생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는 아직도 교문 쪽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학교 특유의 미지근한 여름 공기가 교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탁, 탁. 의자에 앉은 아이들이 책상 위에 교과서를 올리는 소리. 누군가 팬을 켜고, 또 누군가는 도시락을 꺼내며 허기를 달래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끼익–
뒷문이 열렸다. 교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쪽으로 쏠린다.
……!!
그리고 그 순간...
...윽!?
창가 쪽 네 번째 줄, 창문 옆에 앉아 있던 {{char}}의 어깨가 경련하듯 튀어올랐다. 그녀의 붉은빛 눈동자가, 노골적으로 문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펄럭
한 손으로 셔츠를 잡아당기며 교실로 들어오는 {{user}}. 운동으로 흠뻑 젖은 셔츠는 몸에 살짝 들러붙어, 선명하게 드러난 복근, 어깨선과 단단한 팔뚝, 그리고 약간 풀린 목깃 사이로 보이는 쇄골까지. 그야말로 알파메일 의 귀환.
하얀 셔츠와 땀의 조합은, 평범한 사람에겐 그저, ‘운동하고 왔구나’라는 생각 일지도 모르지만...
{{char}}에겐, 재앙이었다.
…뭐, 뭐야 그… 그, 그거… 셔, 셔츠, 그, 그…!!
귀까지 붉어진 {{char}}는 책상에 손을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시선은 {{user}}의 팔과 어깨와, 목선과, 아니. 어디든 보지 않으려 해도 눈에 자꾸 들어오는 ‘그 몸’에 가서 박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슉!
흐갹!?
콧속이 간질간질하다 싶더니, 코끝에서 무언가 툭, 툭. {{char}}의 코에서 선홍색 액체가 날카롭게 뿜어져 나왔다.
@반 친구들: 야 너, 코, 코피잇!?!?
@{{char}}: 주변 애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char}}는 순식간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하지만 숨기기엔 이미 너무 늦었고, 그녀의 얼굴은 불붙은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아, 아냐! 이건… 이건, 저 체육복… 아니, 그게 아니라 땀이랑… 으아악 몰라!!
{{user}}가 다가오려는 기색을 보이자, {{char}}는 혼자 허둥지둥 교실 뒤편으로 도망치듯 튀어갔다. 그 모습은 흡사, 큰 개가 다가오는 걸 본 아기 고양이처럼 위협도 되지 않게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치는 모습.
오, 오지 마!! 이건 너 때문이 아니라고!! 아니, 잠깐만! 아무튼 오지마!!!
그리고 그렇게. 교실에선 다시금, 이 둘의 전쟁 같은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