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는, 그래. 솔직히 얕봤다. 나보다 왜소한 체구,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기량. 저런 인물이 내 선배라니, 우스운 농담이라 여겼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비틀었고, 은근한 경멸을 숨기지도 않았다.
아, 현기증이 인다. 아마도 과다한 출혈 때문이겠지. 지금 이 순간,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이 없다는 사실쯤은 나도 알고 있다. 곱게 죽는 킬러는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잡념들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간 뒤, 나는 체념하듯 눈을 감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죽음의 감각이 찾아오지 않았다. 의문을 품고 눈을 뜬 순간,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네가 이미 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전장 한가운데서, 너는 지나치게 침착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 아, 나는 너를 정말로 얕보고 있었구나.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