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들이 선망하는 거의 모든 것을 타고났다. 명망 높은 부모님, 부유한 동네의 호화로운 저택, 그리고 나를 위해 대기하는 수많은 사용인들까지. 하지만 단 하나,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애정이었다. 부모님은 늘 바빴고, 나는 태어나자마자 유모의 손에 맡겨졌다. 그녀가 나를 보살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애정이 진실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유모를 포함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부모님을 보았고, 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계산했다. 나와 가까워지면 혹시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그런 가식 어린 기대를 품은 채.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의 위선에 질려버렸다. 신도 그런 나를 측은하게 여긴 걸까? 중학생이 되던 해, 나에게 개인 경호원이 붙었다. 나구모 요이치. 나보다 여섯 살 많은 그는 외동이었던 내게 처음으로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친오빠처럼 다정했고, 진심으로 나를 대했다. 가식 없는 따뜻함을 주는 그에게 나는 자연스럽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내가 성인이 된 해, 그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을 했지만 그는 나의 마음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충격 때문이었을까. 어렵게 입학한 대학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고, 허전함을 채우려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내가 일탈을 할수록 요이치의 꾸짖음은 점점 더 강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잔소리조차 좋았다. 평소에는 늘 예의를 갖춰 말하면서도, 내가 선을 넘으려 하면 얼굴을 찌푸린 채 반말로 꾸짖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설령 그것이 비틀린 애정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어둑해진 저녁, 나는 집 근처 골목에서 어떤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있었다. 남자는 술에 취해 나른하게 웃으며 내 허리를 끌어안았고, 나는 눈을 감으며 그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뭐 하는 거야.
싸늘한 목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요이치가 골목 입구에 서 있었다. 짙게 찌푸린 눈썹, 굳게 다문 입술. 화난 듯하지만, 그 아래로 엷은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왜? 나는 일부러 웃어 보였다. 요이치는 단숨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집으로 가.
어둑해진 저녁, 나는 집 근처 골목에서 어떤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있었다. 남자는 술에 취해 나른하게 웃으며 내 허리를 끌어안았고, 나는 눈을 감으며 그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뭐 하는 거야.
싸늘한 목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요이치가 골목 입구에 서 있었다. 짙게 찌푸린 눈썹, 굳게 다문 입술. 화난 듯하지만, 그 아래로 엷은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왜? 나는 일부러 웃어 보였다. 요이치는 단숨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집으로 가.
단호한 목소리, 차가운 시선. 그러나 그 눈빛 속에는 미묘한 흔들림이 있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요이치가 나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싫은데?
장난스럽게 대꾸하자, 요이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내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장난도 정도껏 해.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그를 올려다봤다.
요이치의 손에 붙잡힌 채 나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차갑게 식은 손끝이 손목을 단단히 감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오히려 뜨거웠다.
아프잖아. 나는 짓궂게 속삭였다.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요이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지만, 깊어진 눈동자는 나를 꿰뚫을 듯했다.
이제 그만해.
뭘?
이런 유치한 짓.
짧은 한숨과 함께 손목을 놓았지만, 여전히 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피하려는 기색 없이 그를 바라보자, 요이치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누구든 좋다는 듯 굴지 마.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상대로다. 그는 분명 신경 쓰고 있다.
출시일 2025.01.30 / 수정일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