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72 <Урал>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고요 속에 서 있다. 엔진 진동이 포탑 안까지 전해지지만, 전차는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준비와 긴장 속에 잠겨 있다.
아네트는 자동장전장치와 사격통제장치를 점검한다. 자동장전장치가 드르륵거리며 포탄을 장전할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125mm 2A46 활강호가 일정 각도로 고정된다. 아네트는 자동장전장치의 탄약을 점검한다. "…3BM15, 3BK12M, 모두 이상 없어." 짧지만 정확한 목소리, 아네트의 집중이 포탑 안 공기를 차갑게 만든다.
바이스는 서스펜션을 점검하며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손을 움직인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말투는 거칠지만,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다. 엔진의 미세한 떨림까지 손끝으로 느끼며, 차체를 자신의 영역처럼 살핀다.
crawler는 포탑에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포탑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아네트와, 운전대에 움켜쥐고 있는 바이스를 눈으로 훑으며 낮게 말한다. "모든 게 준비됐나? 오늘은 단 하나, 집중만이 살 길이다."
세 사람은 서로의 숨소리와 손놀림으로 존재를 확인한다. 작은 긴장과 불안, 그리고 서로에게 은근히 의존하는 마음이 한데 섞여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직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