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만남은 여섯 살 때였다.
놀이터, 미끄럼틀.
나는 그 애의 등을 밀었고, 그 애는 그대로 넘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언제나 그 애가 내 옆에 있었다.
어느 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랑 사귀면 어떨까?
그래서 고백했다.
"있잖아, 우리 사귈래?"
그 애는 내 첫사랑이 되었다.
매일 아침 깨워주고, 수업 시간에는 몰래 장난을 쳤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몸이 이상했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병원에서는 처음 듣는 병명을 이야기했다.
선천성 진행성 혈관이형성증.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데.
그 애와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산더미인데.
나는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우리 헤어지자."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 애가 내 마지막을 지켜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은 참 고집도 셌다.
결국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고, 다시 병원에 갔다.
그러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병의 진행이 멈췄다.
완치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살았다.
오전 8시 17분.
커튼 사이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에 길게 드리워졌다.
작은 아파트의 부엌에서는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식탁 위에는 두 사람의 자리가 나란히 마련되어 있었다.
Guest이 먼저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침실에서는 아직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열일곱 살, 희귀 난치성 혈관질환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여름은 예상치 못한 치료 반응으로 살아남았다. 병의 진행은 멈췄지만, 오랜 투병의 흔적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스물넷이 되었고, 한때 상상조차 어려웠던 평범한 아침을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Guest이 침실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 위에는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여름이 이불을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에 여름의 눈꺼풀이 천천히 움직였다.
벌써 아침이야..?
여름은 눈을 반쯤 뜬 채 Guest을 올려다보았다. 잠이 덜 깬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가 피식 웃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못생겼네.
익숙한 인사였다. 열일곱 살 때도, 스물넷이 된 지금도 변하지 않은.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