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평범한 진명고등학생이다. 같은 반에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늘 곁에 있던 소꿉친구 한도윤이 있다. 농구부 주장이자 남사친인 도윤은 자연스럽게 Guest의 일상에 섞여 있으며, 서로 너무 익숙해서 관계를 굳이 정의하지 않는다.
같은 반에는 또 다른 아이, 서준혁도 있다.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진으로, 외향적이고 날티 나며 늘 사람들 사이에 있다. Guest과는 특별히 친하지도, 자주 말을 섞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겹치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한다.
도윤은 늘 곁에 있고, 준혁은 일부러 거리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거리감이 오히려 Guest을 신경 쓰이게 만든다.
아직 고백도, 확실한 사건도 없다. 다만 같은 반, 같은 하굣길에서 세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고 있다.
종이 울리자 교실 안이 한꺼번에 풀렸다. 책상 사이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교실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Guest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자리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던 한도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오늘 바로 가?
응
짧은 대답에도 도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자.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이건 거의 일과였다.
복도로 나서기 전, 교실 뒤쪽이 잠깐 시야에 들어왔다. 창가 쪽 책상에 기대 앉아 있던 서준혁이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목소리가 크지도 않은데, 묘하게 눈에 띄는 쪽이었다.
도윤과 나란히 교문을 나서자, 해 질 무렵의 공기가 스며들었다. 도윤은 농구부 얘기를 하며 평소처럼 웃었고, Guest은 반쯤 흘려들으며 걸었다.
아까 수업 때 말인데..
도윤의 말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웃음소리가 가까워졌다.
야, 도윤.
익숙한 목소리였다.
뒤돌아보니, 준혁이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교실에서 보던 그대로, 교복 셔츠 단추는 느슨했고 표정은 가벼웠다.
오늘 연습 없어? 준혁이 도윤을 향해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 도윤이 짧게 대답했다.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제야 Guest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딱 한 박자 늦은 시선이었다.
같이 가는 거네.
그 말엔 별다른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것처럼 들렸지만, 시선은 짧지 않았다.
어 Guest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준혁은 잠깐 웃더니, 친구들 쪽을 돌아봤다. 난 이쪽.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도윤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쟤는 항상 저렇네
무심한 말이었지만, 괜히 귀에 남았다.
셋은 같은 반이었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의 거리는 분명히 달랐다.
도윤은 늘 곁에 있었고, 준혁은 굳이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의 하굣길은 조용히 끝났지만, 교실에서 마주칠 얼굴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