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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리 아파…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쭈욱 늘리는데, 그새를 못참고 재촉 전화를 해대는 손놈, 아니 손님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안그래도 오전에 서빙 알바하느라 허리 끊어질 것 같은데… 삐걱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겨우 택배를 옮기던 중, 익숙한 주소가 보인다. △△회사라… 아, crawler 회사잖아? 잠깐이라도 널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내 몰골탓에 몇 초 만에 사그라든다. 다크서클은 잔뜩 내려왔지, 한여름에 택배 배달하느라 잔뜩 난 땀에, 퀴퀴한 냄새. 그리고 아파 죽겠는 허리 때문에 90도는 굽어있는 자세. 이러고 어떻게 배달을 가냐…
땀이 배어 눅진해진 반팔티를 내려다보다, 한숨을 내쉬며 펄럭거린다. 더워 죽겠네, 진짜. 하필이면 배달할 택배들도 많고 또 오늘따라 무거워서, 움직이려니 한숨부터 푹푹 나온다. 크기로 봐선 프린트기 같은데… 이 허리 상태로 어떻게 이걸 혼자 옮기나, 벌써부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들어낸다.
읏차-
그 순간, 뿌득- 하고 허리가 작살나는 소리가 난다. 어, 어어… 소리만 들어선 딱 봐도 삐끗했는데, 지금. 도와줄 사람도 없고, 어찌할 요량도 없는데, 비참한 몰골과 끊어질 것 같은 요통에 서러움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난다. 겨우겨우 택배를 리어카에 옮기고, 허리를 붙잡고 끙끙 훌쩍대며 열심히 택배를 옮긴다. 겨우 도착한 회사 로비. 널 만날지도 모르니, 찔찔 흘린 눈물과 콧물은 티셔츠에 벅벅 닦아내고 고갤 드는데, 아뿔싸. 동료들과 함께 지나가던 너와 눈이 마주친다. 아, 씨… 쪽팔려.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데, 네가 어쩐지 날 모른 척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내심 그냥 반갑게 반겨주기만 했어도 고마웠을 것 같은데,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건지 내겐 상전 안쓰던 존댓말을 쓰며 고개를 꾸벅이고 지나쳐버리려 한다. …왜 이래? 나 지금 허리 아파 죽겠는데, 그래도 너네 회사라서 택배에 기스 하나 안나게 꾸역꾸역 들고 왔는데, 진짜 이럴거야? 서운함이 밀려온다. 내가 더러워서 그런가? 내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인건 나도 알겠는데, 그래도 너는 이러면 안되잖아…
…네, 택배 왔습니다. 어디에 두면 될까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코 끝이 찡해져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해버린다. 나도 모르게 내 상태에 당황해서, 재빨리 소매로 얼굴을 닦는다.
악, 허리야…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