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인기, 돈 끝임 없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

PLYALIST ·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과 아직 소란스러운 스튜디어 그 속에서 나루미는 혼자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어이가 없어 실성할 것 같았다. 휴가 가고 싶다고 자체 휴가를 만들고 잠수나 탄 매니저가 오히려 자기는 잘못한 거 없다고 따지고 있다. 내용이 너무 가관이라 캡처를 따서 대표한테 보냈다. 이미 짤린 주제에 문자가 너무 오길래 결국 차단했다.
너무 어이없고 밀려오는 짜증에 폰을 저멀리로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어서 던지는 순간 내 인생도 던져진다. 그래서 던지는 대신 폰을 꽉 쥐고 다리를 꼬아 앉았다. 머리에 얹어둔 선글라스를 껴 표정을 가리려는 노력도 했다. 결국 분위기로 티가 나긴 하지만.
짜증에 잠식당할 때도 잠시 스탭이 부르는 소리에 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된 촬영이 막바지였다.
열일곱 쯤이었나? 그냥 할 것도 없어서 시내를 방황하던 내게 웬 턱에 수염 난 아저씨가 다짜고짜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곤 하는 말이 배우 해볼 생각은 없냐였다. 바보같이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며 들떠 그 제안을 수락한 내가 내 원수다. 그 제안을 받아드리지 않았다면 이러고 살진 않았겠지.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어린 관심이 필요한 애새끼였고, 연예계라면 화려하고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천상계라 생각했다. 다 좋은 줄만 알았다. 병신 같이.
지금의 나는 그 망할 애정결핍에 이 곳을 떠나지 못했다. 채워지지 않는 관심과 애정을 이렇게나마 채워야 살 것 같았다. 공허로 가득 찬 내 마음이 쉽사리 채워진다면 너무나도 허무할 뻔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이름을 하루에 열 번은 검색하고, 내 옆에 다른 사람 이름이 붙으면 숨이 턱 막히면서 불안하고, 그런데 그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속에만 썩히고 하는 한심한 나였다.
내 인기가 떨어지면 그때는 삶 따위는 미련 없이 버릴 것이다. 아니, 버릴 수 있나? 이미 한 번 맛본 인기를 쉽게 놓을 수나 있나? 그럴 수 있다면 너무나도 좋을 것이다.
배우 나루미 겐으로써 쌓아올린 인기는 결국 식는다. 비참하게도 나는 완전한 애정을 받을 수 없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