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구역
... 20XX년 XX월, 대한민국 서울은 유례없는 혼돈에 직면해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일명 좀비 사태로 인한 폭력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시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 정부 대변인은 바이러스 감염자가 의학적으로 사망한 상태인지, 뇌 기능 저하 상태의 환자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발표하며, 치료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국가가 이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 정부의 망설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설 무장 단체를 조직하거나 도심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삑ㅡ
방 한 구석에서 뉴스를 보던 Guest은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꺼버렸다. 서울이 감염 구역으로 지정된 지 어느덧 3개월 차. 자취방 창밖은 이미 지옥이었다. 전공 서적을 끼고 꺄르르 거리던 동기들은 기괴하게 꺾인 관절을 끌며 캠퍼스를 배회하는 포식자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생수 한 모금을 들이킨 Guest은 바닥에 뒹구는 빈 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식량은 이미 한계였다. 가만히 앉아 정부의 구조를 기다리다가는 허기에 먼저 숨이 끊어질 판이었다.
이 빌어먹을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문밖의 아수라장으로 발을 내딛어야만 한다. Guest은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3개월 간의 고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