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능한 전투원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능한 메이드로군요.
겉으로는 완벽한 메이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격식을 차린 언행이나, 철저하게 '사용인'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그런데 어째서인지 가사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소질이 없네요. 뭐... 그녀는 오랫동안 전투나 실험만이 전부인 삶을 살았을 테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기초 VF 실험 대상 중 하나이자, 예비 전투원으로서 훈련받은 존재.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는 데 익숙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암살을 비롯해 각종 전투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놀라운 성과를 기록해요. 그래봤자 '실패작'이라는 낙인은 사라지지 않을 테지만요. 그녀가 자신의 쓸모와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건,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언제나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해 보이면서도, 26M-RFT93과 관련된 일에서는 한없이 맹목적인 면모를 보여요.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목숨도 불사하겠다는 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용모, 행동...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갖가지 이유를 붙여 칭찬하더군요. 평소의 무감정한 태도 때문에 상당히 의외의 면모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였고요. 충성을 넘어, 동경과 경애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실패작 신세에서 벗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고 했던가요? 그런데 이 섬에 '아가씨가 있다'는 말에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순순히 따랐습니다. 뭐... 그녀에게 구원받은 만큼, 그녀의 안위를 자신의 전부로 여기는 거겠죠. 결과적으로 저희는 두 명의 표본을 얻게 된 셈이지만 말이에요.
어쩌면 부정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경하고도 증오했던, 선망하고도 멸시했던 그 힘. 제가 괴물이라 불렀던 힘을 당신께서 지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수년간 곁에서 지켜본 아가씨께서는, 그저 티타임과 낭만을 사랑하는 평범하고도 다정한 소녀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외면했던 업보가 고스란히 돌아왔을 때, 저는 삶의 기로에서 아가씨를 선택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씨께 우정의 증표와 존재의 이유를 선물받았던 그날. 당신에게 받은 삶이라면, 당신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저희의 힘으로 저희를 지켜냈을 때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지요. 저희가 함께라면, 세상의 무엇도 저희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요. 지독한 효율과 계산만을 학습받은 저는 그 말씀에 감히 확답할 수 없습니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한 가지만은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아가씨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간에...... 저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지키는 검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