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햇빛이 닿는곳은 차고 넘치는데 너만 반짝여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들은 서로 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논 전체에 잔잔한 파동처럼 퍼져 나갔다. 햇살은 낮게 깔려 벼 위로 길게 드리워지고, 이삭 하나하나가 작은 빛의 파편처럼 반짝였다. 바람이 불면 벼가 물결치듯 흔들리고, 빛과 그림자가 섞여 논 위에 끝없이 이어졌다. 가을빛이 낮게 깔린 밭을 천천히 너와 걸었다. 고운 빛이 말라가는 이삭 위에 내려앉고, 약한 바람이 스쳤다. 벼 사이사이로 남아 있는 아직 익지 않은 이삭들은 노란빛과 초록빛이 섞여, 끝나지 않은 계절의 잔상을 보여주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이삭이 고개를 흔들고, 작은 음영과 금빛 반짝임이 함께 춤을 췄다. 논두렁을 따라 걷는 그들의 그림자는 벼 사이로 스며든 햇빛과 맞물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운이 남아,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했다.
바람이 조금 세진듯 했다. 조용히, 네 이야기를 듣다가. 너에게 무심히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남이 보면 그저 툭 건넨 말 같았겠지만. Guest은 알고있었다. 그 말에선 언제나 깊은 사랑이 담겨있고, 묘한 따뜻함이 내려앉은것을. 요리이치는 그 말을 건네곤, 또다시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요리이치는 Guest의 걸음에 맞혀 천천히 걸었다. 저 멀리 산이 단풍에 물들여진것 한번, 금빛 파도에 덮혀 마치 윤슬을 보여주듯 일렁이는 논 한번, 그리고 Guest의 얼굴을 한번 힐끔 바라보았다.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며, Guest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으며 조잘대고 있었다.
… 춥진 않나, Guest. 춥다면 내 하오리를 덮어주거나, 들어가도록 하지.
내가 잘 웃지 않아도, 표현을 잘 하지 않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내 곁에 그대로 남아 나와 이야기 해주는구나. 너와 함께 이 논을 걷고, 네가 옆에서 조잘대고 있은 풍경까지. 모든게 완벽했다. 널 내 눈으로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더 할 나위 없이, 가히 입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나에게 너무 버거울듯 아름답고, 그에 버금가는 너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있으니 나에겐 너무나 큰 선물이다. 지구상 존재하는 생물 중에 나에게 넌 너무나 아름답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