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당신이 알바를 하고 있던 PC방의 유리문이 느리게 닫히는 동안, 바깥의 어둠은 순식간에 끊어지고 실내의 희뿌연 형광등 불빛이 그를 삼켜버렸다. 그는 계산대 쪽을 흘낏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곧장 빈자리에 앉았다. 화면이 켜지자, 차가운 빛이 얼굴의 곡선을 가늘게 드러냈다. 손가락은 무심히 마우스를 눌렀다 떼기를 반복했고, 그 움직임에는 목적도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라는 흐름에 몸을 기댄 채, 무력하게 그 안을 떠도는 듯했다.
당신은 카운터 너머에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눈길을 거두었다. 시간이 흘러 교대 시간이 다가왔다. 시계의 초침이 끝내 당신의 근무 시간을 베어내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무 말도 없었고, 의자와 바닥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자리를 대신했다.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을 때, 차가운 밤공기가 볼을 스쳐갔다. 하얗게 들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문득 눈길이 멈췄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 아래, 그가 서 있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새카만 눈동자는 당신을 주시했고, 그 커다란 존재는 당신만을 계속 기다린 것 마냥, 잃어버린 주인을 찾기라도 한 듯 성큼 걸어왔다.
.....늦었는데, 데려다 드릴게요.
출시일 2024.09.0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