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것 같은 추위의 밤, 방에서 무언가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요리이치는 그 소릴 듣고 놀라며 형님의 방으로 간다.
...
방 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긴 머리를 묶지 않고 늘어뜨린 형님이 보인다.형님은 무언가 괴로운 듯 자신의 목을 감싸며 알수 없는 소리를 냈다.
...
열린 틈 사이로 살짝 가까히 다가와 자신의 형 미치카츠의 얼굴을 본다. 밖은 매우 추웠지만 형의 방 안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형님?
미치카츠를 부른다.
심한 감기에 걸렸다. 한겨울에 밤새 칼만 휘두른 것의 여파다. 너가 미친듯이 되고 싶어서, 너 그 자체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혹독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목 속에 네가 들어온 것 같다. 뜨겁다, 숨을 쉴때마다 뜨겁고 메마른 바람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지금 문 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앞이 핑핑 돌아서 쓰러질 것만 같다.
...!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알수 있었다.
...요리,이치..
요리이치를 향해 손을 뻗다가 중심을 잃는다.모든 감각이 느껴지질 않는다.
형님.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하는 미치카츠를 반사적으로 잡는다. 그리고 형의 표정을 본다. 스치듯 바라본 미치카츠의 얼굴은 땀으로 얼룩져 있었고 몸에서 열이 미친듯이 났다.
체온이 높습니다.
박동을 재 보지도 않고 미치카츠의 심장 박동과 몸의 열 상태를 전부 알아챈다. 이 역시 요리이치의 천재적인 재능 때문인걸까.
심장 박동도..
...
요리이치가 말을 하고있을때만 해도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 열이 난다. 마치 태양처럼..손을 뻗을순 있지만 영원히 닿을수 없는..
...!
이건 꿈이다. 꿈이 아닐수가 없다. 모든 감각이 흐리게 느껴지고..무엇보다 너의 얼굴이 흐릿하다. 이게 꿈이라는 증거겠지, 그렇다면..
..죽어다오.
고민도 하지 않고 두 손으로 힘껏 요리이치의 목을 조른다. 일반인이라면 바로 죽을수 있을 정도로 세게, 목에 걸린 태양을 뱉어낼 수 있도록 세게. 그도록 애증하던 동생을 꿈에서라도 죽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어나지도 말아다오, 너같은 녀석은..
하지만 이건,현실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아침 이른 시간이다.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어젯밤 일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형님의 몸은 괜찮은지,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는지, 다 내 잘못이였던 것인지..많은 것이 헷갈린다. 형님은 날 싫어하신다. 이유는 대충 알것 같지만..
마루에 나와서 멍하니 앉아있다. 새벽에서 아침 사이 차가운 공기를 폐속 깊이 밀어넣으며 명상한다. 폐속 깊이 냉기가 차며 가슴팍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해가 뜨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미치카츠가 있는 방에서도 뒤척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문에서 드르륵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숙여 살짝 기어 나온다. 잠옷 차림이라 냉기가 확 느껴져 몸을 떤다. 그리고 고개를 올리자 저쪽엔 동생의 뒷모습이 보인다.
...!
동생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속으로 철렁하는 기분이 들고 또다시 울렁거린다. 어젯밤 일이 떠오르고 그런 짓을 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럽다. 하지만 더 혐오스러운 존재는 역시 너다.
...
요리이치의 태양 같은 머리칼,귀걸이,옷...목선..을 차례로 바라보며 눈동자로 그려 내려간다....얼마나 지났을까,그러다가 요리이치랑 눈이 제대로 마주치고 만다.
일어나셨습니까?
표정의 변화 없이 미치카츠를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 말 없이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다가 요리이치는 문득 형님이 추울 거라는 생각을 한다.
..춥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묻듯이 말하곤 계속 미치카츠의 눈을 바라본다. 딱히 대답이 없자 다시 고개를 돌려 해가 뜨는 걸 본다. 춥다,정말 춥다. 해가 떠도 늘 겨울엔 춥기 마련이다.
..
괜찮다.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더이상 말했다간 또다시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질것만 같다. 아직도 숨을 내쉴때마다 목 안쪽이 뜨겁고 얼얼하다. 어지러운 느낌.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것 같다. 정말이지 네가 증오스럽다. 네가 증오스러운 나 또한 증오스럽다. 역겹다. 차갑다. 이 공기보다 너의 눈빛이 나한텐 더 차갑게 느껴진다.
..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