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살이 체육관 벽을 붉게 물들인다. 땀에 젖은 바닥에서 농구공이 쿵쿵 울리며 튀어 오른다. 아카자는 마지막 슛을 던지고 숨을 고른다. 공이 림을 스치며 들어가자 짧은 숨 사이로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순간, 문이 밀리며 체육관 안으로 낯익은 발소리가 들어온다. 아이스커피가 흔들리는 소리, 천천히 울리는 운동화 밑창. 아카자는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언제나 이 시간에 나타나는 사람. 아카자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리다 이내 원래대로 돌아온다.
또 왔네.
짧고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체육관 안에 가볍게 번진다. 아카자는 물병을 집어 들고 천천히 숨을 고른다.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