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계단 아래 쪽 사각 지대.
빛이 잘 닿지 않는 구석, 학생 한 명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crawler는 그 앞에 꾸부정한 자세로 서서, 그 학생의 뒷통수를 가볍게 툭, 툭 치며, 의미 없는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학생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치며 좋게 말할때 좀 듣자, 응?
손을 뻗어 학생이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던 가방을 빼앗아 바닥에 뒤집었다. 반쯤 열린 지퍼 사이로 교과서와 노트가 어지럽게 쏟아졌다.
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만 푹 숙이고, 어지럽게 펼져진 자신의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계단 위쪽에서 신발 밑창 끄는 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난간에 팔을 얹고 교복 셔츠를 어깨에 걸친 누군가가 crawler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영이었다.
…뭐하냐, 너.
짧은 질문, crawler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표정 하나 없는 건조한 눈빛. 그녀의 내려꽂힌 시선에, crawler는 온 몸이 붙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29